남자가 남자에게..
남자는 여러 이유로 결혼을 한다.
임신을 해서, 부모님 때문에, 여친이 결혼을 원해서, 자식을 원해서, 그냥 주위에서 하니까, 떨어져 있기 싫어서, 연애의 끝은 결혼이라는 고지식 때문에, 혼자 늙기 싫어서, 외로워서, 집안일이 싫어서…
그럼 여러가지 이유들은 굳이 결혼이라는 선택지 말고 동거라는 선택지 위에서 생각했을 때 어떨까.
결국 자식, 부모 라는 일촌 간의 기대심리를 제외하면 결혼과 거의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럼 딩크족은 왜 있을까? 그저 배우자를 안심시키기 위하거나 법적인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치를 이용하기 위해.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을 때 어떠했나.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걸 해주고 싶고 그저 보기만 해도 생각만 해도 좋아질 것이다. 못 보면 힘들고 보면 떨어지기 싫고 아프면 같이 아파하고 같이 보고 같이 듣고 같이 먹고 서로 만지고 싶고 같이 살고 싶고…
그 끝에 결혼이라는 종착점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해피엔딩을 상상한 체
결혼이라는 종착지처럼 보이는 선을 넘기까지 엄청난 인고의 과정이 지나간다. 상견례, 예물, 예단, 결혼식 준비, 집, 가전, 가구, 신혼여행.. 연애할 때는 몰랐던 엄청난 견해차이로 인해 나와 당연히 같을 거라는 상대방의 생각들은 너무 낯설게 뒤통수를 처 온다.
그 역경들을 사랑의 힘으로 견디어 내고 결국 드레스를 입은 신부의 손을 잡고 달려 나간다.
자, 이제 종착역이 아닌 출발선에 섰다.
동거까지 해본 연인들이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다름을 느끼기 시작한다.
첫 번째가 돈과 재산.. 내것은 이제 없다.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은 가족의 소유가 된다. 나의 아내뿐 아니라 아내의 가족에게까지도.. 믿기 힘들겠지만 그렇다. 끝은 없다. 그저 열심히 벌기만 해라
두 번째 내 공간과 내 시간이 없다. 모든 공간은 공동의 공간이 되며 혼자 있을 시간이 사라진다.
셋째 평일이든 주말이든 계속 일만 할 것이다.
이것 또한 신혼이란 달콤함으로 넘어설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고비가 온다. 자식..
임신을 한다. 아내는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한다면 이제부터 모든 집안일은 내 차지가 된다. 10개월이 지나고 아이를 낳는다. 축하한다. 고생길이 가열차게 열렸다.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물건들을 사고 잠을 안 자는 아이를 끌어안고 백일을 버티면 잔치를 한다.. 또 우는 아이를 달래며 버티다 돌잔치를 한다. 유치원을 들어갈 때까지 정신줄이 나가 있을 거다..
주말엔 쉬고 싶지만 가족을 태우고 여기저기 다니기 시작한다. 평일이며 주말이며 그러면서 아이는 크고 사고 치고 아프고 이사를 하고 학교를 보내고 학원을 보내고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가는 동안..
싸운다.
많이 싸운다.
돈 때문에 싸우고 주위와 비교하다 싸우고 각자의 집안 때문에 싸우고 아이 때문에 싸우고 아무 의미 없는 것들로 싸운다. 그렇게 싸우다 지쳐서 이해가 아닌 포기의 단계에 들어선다.
처음에 출발선에 섰을 때 마음가짐. 서로를 사랑하고 모든 걸 이해하고 안아줄 거라는 마음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 아니 그동안 버티기만 했어도 당신은 충분히 성공한 사람이다.
드디어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다. 많이 컸으니 알아서 하겠지? ㅋㅋㅋㅋ ㅈㄹ 중2병 호르몬이 폭발을 한다. 말을 듣지 않고 사고를 치고 싸우는 일상이 몇 년 동안 지속된다. 그동안 아내와도 계속 싸울 것이다.
그러는 동안 영원할 것 같았던 부모님도 손을 놓는다.
그러다 생각을 할 것이다.
과연 내가 이렇게 계속 버틸 수 있을까? 나는 누구지? 나도 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렇게 번아웃이 온다.
그 상황에 나에게 낡은 동아줄만 보여도 그걸 잡는다.
그것이 운동일수도 취미일 수도 도박일 수도 여자일 수도 여행일 수도 술일수도 마약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만 이 현실을 잠깐이라도 탈출하게 해 준다. 물론 좋은 것들로 일탈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뇌가 그리 만만한 존재가 아니라 어중간한 자극으로는 현실을 잊게 할 만한 수준이 안된다.
여기서 이혼을 생각한다.
끊임없이 생각한다. 모든 일상을 괴로워하며 이혼서류에 내 도장까지 찍어놓고선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그 서류를 보며 그렇게 끊임없이 생각하며 하루하루가 지나간다. 그러면서 나의 인생을 후회하기 시작한다.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아니..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내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아이들이 집을 떠나갈 나이가 된다.
그녀와 함께 컬러로 시작한 나의 인생이 퍼져나가더니 회색빛이 되어 다시 나와 그녀만이 남았다.
당신에게 상처받고 당신의 환경들에게 상처받은 생기를 잃어버린 한여인이 거실에 앉아 당신 빨래를 개고 있다.
내가 힘들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그녀 역시 힘들었겠다 생각을 할까?
그렇게 지나간 시간들이 행복하다 생각하며 그녀를 안아줄까.
그녀의 아픔을 보지 못했다 후회하며 이야기할까.
아니, 그런 행위 역시 비웃는 관계일까.
내가 아닌 그녀가 버텨온 인생은 당신에게 무엇이었을까..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그녀는 어떤 사람이 되었는가.
남자에게 연애와 결혼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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